소셜미디어에 “소셜 미디어는 가짜”라고 쓰는 청년들의 속내

[브리핑G] ‘인정하기 부끄러운 것들’…신 차원의 TMI 꺼내는 틱톡 트렌드

진짜로 살고픈 청년들, 솔직하게 ‘외로움’ 털어놓기…참여자 주로 여성
불안·상실·걱정 공유, 삶의 부담감 떨쳐내고 감정적·사회적 지지 획득
“말 못할 고통 해소 큰 도움” vs “과한 문제 단순화, 또 다른 비교 유발”

ai 투자 : 더피알=박주범 기자 | 소셜미디어(SNS)를 볼 때마다 피드에 뜨는,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로 완벽한 타인의 인생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나 빼고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아’라는 느낌을 받는 사용자들에게 찾아오는 지독한 열등감, 부담감, 좌절감은 SNS의 중대한 역기능으로 오랫동안 지적받아왔다.

ai주식/주식ai : 그 반작용일까, 사용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때로 불편한 진실을 게시하도록 장려하는 새로운 틱톡 트렌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전문가들은해당 트렌드를 ‘힘든 순간에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평가하고 있다.4월 8일자 보도.

틱톡의 최신 열풍 “소셜 미디어는 가짜다”(#socialmediaisfake)는 경제적 안정에 대한 불안, 절대 찾지 못할 것 같은 사랑 문제, 인생의 성공에 대한 걱정 등 젊은 세대의 전형적 고민들을 다룬다.

해당 해시태그는 3월 이후 2만6000회 이상 사용되었으며, 트렌드에 연결된 어쿠스틱 사운드트랙은 46만3000개 이상의 동영상에 쓰이며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특히 1996년~2010년 사이 출생한 Z세대들이 이상적인 모습의 일상을 보여주는 매체로 플랫폼을 활용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면서, SNS에서 오버셰어링(oversharing)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버셰어링’은 영국의 권위 있는 종합사전 ‘체임버스’(The Chambers Dictionary)가 2014년에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던 신조어로,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너무 많이 공개하거나,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지않았는데도 자신에 대해 알려준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게 사용된다.

가디언은 ‘젊은 세대가 자신의 삶이 이전 세대보다 더 나빠질 것을 걱정하고 있으며 일부는 미래에 대해 절망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엔이 올해 3월 발간한 ‘2024년 세계 행복 보고서’(2024 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덜 행복해지고 중년의 위기와 유사한 수준의 감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ocialmediaisfake 트렌드에 참여한 틱토커 한나(Hannah)는 영상에서 “친구들은 다 제대로 된 직장을 찾았지만, 5년 동안 대학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나는 여전히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최저 임금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사용자인 니키(Niki)는 "도전했던 결과가 좋지 않아 거의 1년 동안 실직 상태였다"라고 고백했다.

젊은 세대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긍정적인 게시물도 여럿 있지만, 이는 때때로 ‘도와달라는 외침’에 비견될만한 문제적인 자기 공개로 이어지기도 한다.

틱토커 사나(Sana)는 "좋은 친구들이 있음에도 나는 거의 항상 외로움을 느끼며,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게시했다.

또 다른 사용자인 빌리 조(Billie Jo)는 “22세가 되었지만 정신 건강 문제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어떤 자격도 갖추지 못했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socialmediaisfake 트렌드의 시작은26세의 한 덴마크 여성이 지난 3월 “큰 소리로 말하기 부끄러운 8가지”(eight things I am ashamed to say out loud)라고 선언하며 올린게시물이다.

리케 드루(Rikke Drue)는 자신의 경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영상을 만들었다면서 “영상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다시 위로를 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교육도 잘 받았고 학위도 있지만 여전히 상실감을 느끼던 드루에게 SNS 게시물은 이러한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었다.

13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해당 영상에서 그녀는 피부 상태에 대한 불안감, SNS에서 보는 것들과 자기 삶을 비교하는 것, 사랑과 직업을 찾고 가족을 만들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애증관계인 소셜 미디어 링크드인(LinkedIn)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이 성취를 자랑하는 것을 보기가 힘들다”는 점도 덧붙였다.

“특별할 것 없는 감정이라 사람들이 관심가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번은 갑작스러운 발작에 압도당한 내용을 포스팅했는데, 팔로워가 순식간에 700명에서 5000명으로 늘어난 건 물론이고 다들 너무 친절하게 반응해준 거예요.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자기 처지에 대해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되었다면서 공유해줘서 고마움을 전했어요.”

이 트렌드에 참여하는 이들은 주로 여성이다. 자살예방 자선단체인 '비참한 삶에 반대하는 캠페인‘(CALM)의 최고경영자 사이먼 거닝(Simon Gunning)은 이 트렌드가 평소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영국에서 25세 미만 여성이 이틀에 한 번 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러한 통계는 이 트렌드에 참여하는 대다수가 왜 여성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자살은 50세 미만 남성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지만, CALM에 따르면 위기에 처한 여성들은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는 말을 듣거나 극단적, 감정적으로 보일 것이 두려워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실제로 도움을 요청했던 20%의 여성 중에서, 5명 중 1명은 너무 극단적으로 군다는 말을 들었고, 다른 1명꼴로는 생리 중이 아니냐고 묻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거닝은 “여성의 정신 건강을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 트렌드는 그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주의를 당부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신과의사 마크 실버트(Mark Silvert)는 지나친 오버셰어링 트렌드에는 잠재된 위험성을 지적했다. “복잡한 심리적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건강에 해로운 대처 메커니즘을 무심코 미화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버트는 오버셰어링 트렌드가 다른 사람과 더 많은 비교를 하도록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개하는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낯선 사람의 상황에 관심을 갖는 것이 일상이 되면 점점 더 비교하게 되고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폄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심리치료사 엘로이스 스키너(Eloise Skinner)는 온라인 오버셰어링을 디딤돌로 활용해 투명성을 높이고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키너는 “이 트렌드가 지속가능한 정신건강 치유 방법인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일에 대해 좀 더 개방적으로 생각하도록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전문가의 실효성 있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첫 단계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살·자해를 조장하지 않는 안전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틱톡은 “플랫폼으로서 신중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방법에 대한 팁이 담긴 가이드를 비롯해 커뮤니티를 위한 웰빙 리소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대변인을 통해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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